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방문을 여는 기척이 들리면 책상에 엎어져서 자는 척을 하곤 한다. 왜 그런 짓을 할까? 그리고 왜 예외 없이,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하고 싶을까?
'자는 척'이라는 것은 순간의 판단을 요구한다. 하지만 아이들은 그 부자연스럽고도 의미 없는 행위를,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, 모두 마치 본능에 따르듯, - 그래 그건 본능이다 - 뭔가에 홀린 듯 한 번씩은 꼭 자행한다. 그 설명할 불가능한 행위를 굳이 설명하는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다 - 그들은 물정 모르고 잠자는 척을 함으로서 약자를 연기하는 것이다. 그리고 자신이 잠들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 터인 이 세상을 몰래 관찰하는 것이다: 내가 자는 동안, 세상은 내가 모르는 어떤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닐까,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, 내가 가족이라고 믿어왔던 저 사람들은 사실 타인이고, 내가 자는 틈을 타 미래에 나를 해꼬지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닐까 - 하는 터무니 없고,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지는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, 쥐 죽은듯 조심스럽게 엿듣고, 또 스파이처럼 훔쳐본다. 그렇게 몇 번이나 내 가족이 내 편이라는 것을 확인 후, 비로소 안심한다.
역설적으로, 유아의 관음증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다름 아닌 '피관음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'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 하다. 물론 내 경우엔 나 공부 열심히 한다고 어필하기 위한 거지만.. 엄마랑 누나가 좀 믿어줬으면 되게 좋겠다.
-罪